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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절반 이상이 어둑한 밤하늘을 비출 때,

 

우리는 드디어 지구가 멸망하리라 생각했다. 햇빛이 닿지 않는 땅은 가혹한 미래만이 기다릴 것이라며 과학자들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하지만 모두의 예측은 틀렸다. 예측했던 추위는 오지 않았으며 우리에게 남은 것은 어두컴컴한 반나절 뿐이었다.

시간이 지나자, 문제가 조금씩 새어나왔다. 일조량이 적어진 탓일까, 사람들은 심한 우울증이나 무기력증을 앓기 시작했다. 사실 거기에서 끝났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와 함께 사람들은, '무감'해졌다. 기이할 정도로 빠르게 확산되는 '무감'한 증상들과 함께, 세상은 무법지대로 변해갔다. 테러나 폭력사태는 이제 쉬이 볼 수 있는 주변의 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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